비싼 구독료를 내고 ERP를 도입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 ERP를 써 보신 대표님이라면 한 번쯤 해 보셨을 생각입니다. 출퇴근은 앱으로 찍지만 월말이면 여전히 엑셀을 열어 근무시간을 맞추고, 결재는 앱에 올라오지만 확인은 여전히 단체방에서 합니다. 돈은 매달 나가는데 대표님의 일은 그대로입니다.
외식업은 예외가 일상인 업종입니다. 마감 손님이 늦게까지 남아 퇴근이 늦어지고, 바쁜 날엔 퇴근을 찍는 것을 깜빡하고, 아픈 직원 대신 다른 직원이 급하게 나오고, 근무 일정은 한 주에도 몇 번씩 바뀝니다. 사무실처럼 아홉 시에 출근해 여섯 시에 퇴근하는 날보다, 무언가 하나씩 어긋나는 날이 더 많습니다.
도입한 ERP의 소개 자료에는 필요한 기능이 다 적혀 있었을 겁니다. 출퇴근, 결재, 급여, 알림. 기능이 없어서 실망한 것이 아닙니다. 그 기능들이 예외를 만나는 순간 멈추기 때문입니다. 퇴근을 안 찍은 날, 기록이 바뀐 날, 일정이 어긋난 날마다 결국 사람이 손으로 맞춥니다. 그리고 매장에서 돈이 새고 직원과의 다툼이 생기는 날은 바로 그런 날입니다.
ERP를 만들었다는 것과, 그 ERP가 예외를 처리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채비온을 만들며 실제로 부딪힌 예외들과, 그것을 어떻게 풀었는지 적습니다. ERP에 한 번 실망해 보신 대표님이라면, 어느 장면에서 막혔는지 바로 알아보실 겁니다.
퇴근을 안 찍은 날
채비온은 출퇴근 기록을 자동으로 만드는 앱입니다. 직원이 출근하고 퇴근하면 그 시각이 그대로 근무시간이 되고, 근무시간이 그대로 급여가 됩니다. 사람이 옮겨 적지 않으니 빠르고 정확합니다. 그런데 자동화에는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틀린 값도 똑같이 빠르고 조용하게 급여까지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직원이 퇴근을 찍지 않고 간 날이 그렇습니다. 근무를 계속 열어 둘 수는 없으니, 시스템은 정해진 시각에 그 근무를 자동으로 닫습니다. 이때 들어가는 퇴근 시각은 직원이 실제로 퇴근한 시각이 아닙니다. 근무를 닫으려고 넣어 둔 임시 값입니다. 이 임시 값을 진짜 퇴근처럼 계산하면,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근무시간이 승인 버튼 한 번에 급여가 됩니다.
그래서 채비온은 자동으로 처리하되, 틀릴 수 있는 곳에서는 멈춰 서서 사람의 확인을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 임시 값은 근무시간으로 세지 않습니다 — 직원이 퇴근 시각을 적기 전까지 그 근무는 "입력 대기"로 보이고, 근무시간은 비어 있습니다.
- 직원이 기억을 되살릴 수 있게 돕습니다 — 퇴근 시각을 적는 화면에 그날 같은 매장 동료들이 몇 시에 퇴근했는지가 함께 보입니다.
- 결재를 거쳐야 급여가 됩니다 — 직원이 요청한 기록은 관리자의 승인이 있어야 급여에 들어갑니다.
- 직원이 끝내 적지 않아도 멈춰 있지 않습니다 — 퇴근을 안 찍은 그 주에 직원이 일을 그만두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긴 휴가를 떠나 확인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그 근무는 누구도 확인하지 않은 채 열려 있고, 급여를 정산할 때마다 대표님이 직접 붙잡고 있어야 하는 숙제가 됩니다. 채비온은 직원이 7일 동안 확인하지 않으면 결재를 다음 결재자에게 넘깁니다. 결재자는 그날 동료들의 퇴근 시각을 참고해 퇴근 시각을 직접 넣어야만 승인할 수 있습니다. 임시 값을 그대로 승인하는 길은 없습니다.
자동화가 빠른 만큼, 잘못된 값을 걸러 내는 장치도 자동화 안에 있어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숫자는 급여가 되지 않습니다.
관리자가 근무 기록을 지운 날
점장이 직원의 근무 기록 하나를 지웠습니다. 두 번 찍힌 기록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잘못 누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화면에서는 기록이 깔끔하게 사라졌고, 아무에게도 알림이 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한 달 뒤에 드러납니다. 급여 명세서를 받은 직원이 하루 치 근무가 빠졌다고 말합니다. 대표님은 그 기록이 왜 없는지 모릅니다. 누가 언제 지웠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직원은 대표님이 급여를 깎았다고 생각하고, 대표님은 점장에게 묻고, 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근무 기록 하나가 직원과 대표님 사이의 다툼이 됩니다.
근무 기록을 지우는 기능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로 잘못 찍힌 기록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우는 일이 조용히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 지우는 순간 당사자와 대표님에게 알립니다 — 근무의 주인인 직원에게는 "이지점 님이 내 근무 기록(2026-10-01 (수))을 삭제했습니다", 최고관리자에게는 "이지점 님이 정혁민 님의 근무 기록(2026-10-01 (수))을 삭제했습니다"라는 알림이 갑니다. 월말이 아니라 그날 바로 알게 됩니다.
- 누가 언제 지웠는지 남습니다 — 지운 근무에 결재가 걸려 있었다면 그 결재의 활동 기록에 지운 사람과 시각이 함께 남습니다.
- 결재가 진행 중인 근무는 지울 수 없습니다 — 결재자가 보고 있는 근무가 그사이에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게, 결재가 끝나기 전에는 고치거나 지울 수 없습니다. 반려된 결재도 직원이 다시 올릴 수 있는 상태라 마찬가지입니다.
기록이 있어도 그 기록이 바뀐 사실을 아무도 모르면, 기록은 다툼을 막지 못합니다. 기록이 바뀌는 순간을 당사자가 함께 보는 것이 분쟁을 막습니다.
출근하기로 한 직원이 갑자기 못 나오고, 관리자도 실수하는 날
외식업에서는 근무 당일에 일정이 무너지는 일이 흔합니다. 오픈 한 시간 전에 파트타이머가 아파서 못 나온다고 연락하고, 한 달도 안 돼 그만두는 직원도 적지 않습니다. 그 자리는 그날 쉬던 다른 직원이 급하게 채웁니다. 바쁜 날에는 관리자도 결재를 잘못 누르거나, 쌓인 결재를 며칠씩 미룹니다.
ERP를 들이기 전에는 별일 아니었습니다. 출근부에 "민지 대신 수진"이라고 한 줄 적으면 끝났고, 잘못 적은 것은 지우고 다시 쓰면 됐습니다. 그런데 비싼 구독료를 내는 ERP가 오히려 이 장면에서 멈추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근무일정표에 적힌 사람만 알고 있으니, 대신 나온 직원은 일정에 없는 근무가 됩니다. 근무시간을 맞추려면 관리자가 일정표부터 고쳐야 하고, 누가 누구 대신 일했는지는 어디에도 남지 않습니다. 잘못 누른 승인은 되돌릴 방법이 없고, 결재자 한 사람이 바쁘면 결재 전체가 멈춥니다. 종이 출근부로 1분이면 끝나던 일이, ERP를 들인 뒤로 오히려 대표님의 일이 됩니다.
채비온은 이런 날을 예외가 아니라 매장의 평범한 하루로 보고 만들었습니다.
- 대신 나온 직원은 휴대폰에서 바로 "대타 출근"을 합니다 — 오늘 근무 칸 가운데 빠진 사람의 칸이나 비어 있는 칸을 골라 출근합니다. 관리자가 일정표를 먼저 고칠 필요가 없습니다.
- 원래 배정자의 근무 칸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 출퇴근 보정과 휴게는 대신한 칸의 일정을 따르고, 누구 대신 일했는지가 근무 기록에 함께 남습니다.
- 대타 근무도 결재를 거쳐야 급여가 됩니다 — 승인 전에는 근무시간이 0으로 보이고, 승인되면 그 근무가 인정됩니다. 대표님이 모르는 대타 근무가 급여로 쌓이지 않습니다.
- 잘못 누른 결정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 — 내가 마지막으로 결정했고 다음 단계가 아직 처리하지 않았다면 "결재 취소"로 되돌리고, 결재에 따라 바뀐 근무 기록도 함께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 미뤄 둔 결재는 저절로 다음 사람에게 갑니다 — 결재가 회사가 정한 기간보다 오래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결재자에게 자동으로 넘어갑니다. 한 사람이 바쁘다고 결재 전체가 멈추지 않습니다.
예외가 생긴 날에도 대표님이 단체방을 뒤지지 않아도 되는 것. 사람이 실수하고 일정이 무너지는 날을 전제로 설계해야 외식업에서 쓸 수 있는 ERP가 됩니다.
지난 근무일정표를 나중에 고칠 경우
근무일정표는 단순한 표가 아닙니다. 회사가 직원과 약속한 표준입니다. 지각인지, 연장 근무인지, 소정근로시간을 채웠는지가 모두 이 표준으로 정해집니다. 같은 시각에 퇴근했어도 그날 일정이 몇 시까지였느냐에 따라 연장수당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 근무일정표를 나중에 고칠 수 있다면 표준은 더 이상 표준이 아닙니다. 직원은 19시까지 일정을 받고 21시까지 일했습니다. 월말에 관리자가 그날 일정을 21시로 고쳐 두면, 두 시간의 연장 근무는 서류상 정상 근무가 됩니다. 의도가 없었더라도 직원은 "일정을 바꿔 수당을 없앴다"고 의심하게 됩니다. 표준이 뒤에서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분쟁의 이유입니다. 표준을 지켜 주지 못하는 ERP라면 비싼 비용을 들여 도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채비온에서 지난 근무일정표는 관리자도, 대표님도 고칠 수 없습니다. 출근하는 순간 그날 일정이 근무 기록에 고정되고, 일정을 확정하면 그날 휴게도 함께 정해집니다. 나중에 일정이나 휴게 기준을 바꿔도 이미 지난 근무의 기준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근무일 전에 올라온 변경 요청만은 예외라서, 관리자가 깜빡해 근무일이 지난 뒤 승인해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그렇다고 지난 근무를 아무도 바로잡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로잡는 길이 정해져 있을 뿐입니다.
- 직원은 자기 근로시간을 확인하고, 다르면 이의신청합니다 — 직원은 내 근무 기록에서 찍힌 시각과 휴게를 확인하고, 실제와 다르면 바꿔 달라는 시각과 사유를 적어 이의신청을 올립니다. 사유가 없으면 올라가지 않습니다.
- 관리자도 확인하고, 이유와 함께 고칩니다 — 관리자는 직원의 근무 기록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고칩니다. 고칠 때 이유를 함께 적을 수 있고, 이의신청은 결재를 거쳐야 반영됩니다.
-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 근무 기록을 고쳐도 실제로 찍은 출퇴근 시각은 그대로 남고, 누가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가 함께 붙습니다. 확정한 일정이 바뀌면 그 변경도 한 건씩 남습니다.
이렇게 직원은 확인하고 요청하고, 관리자는 확인하고 고치고, 그 과정이 모두 기록으로 쌓이는 회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퇴사한 직원이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내거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을 때,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은 약속한 근무시간과 실제 근무시간입니다. 나중에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엑셀이나 근무표는 대표님 쪽에서 내밀어도 근거로 힘을 얻기 어렵습니다. 반면 채비온의 기록은 최종 숫자만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떻게 정해졌는지를 보여 줍니다. 직원이 언제 확인했고, 무엇을 요청했고, 누가 어떤 이유로 승인하거나 고쳤는지. 뒤에서 바꿀 수 없는 기록은 대표님을 지키는 근거가 됩니다. 정당하게 계산하고 지급했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몇 분 차이로 급여가 흔들리는 날
출퇴근 기록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ERP는 분 단위까지 정확합니다. 그런데 이 정확함이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전산을 들이기 전에는 5분 일찍 출근하든 5분 늦게 퇴근하든, 원래 근무시간대로 급여를 줬습니다. 10시부터 19시까지 일하기로 했으면 9시 57분에 왔어도, 19시 4분에 나갔어도 그날은 9시간 근무였습니다. 대표님도 직원도 그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찍힌 시각을 그대로 급여로 계산하는 시스템을 들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일을 했는데 매일 몇 분씩 급여가 달라지고, 몇 분씩 늦은 퇴근이 쌓여 매달 연장수당이 됩니다. 직원은 1분이라도 일찍 찍으려고 출근 기계 앞에 줄을 서고, 대표님은 그 몇 분을 두고 직원과 이야기해야 합니다. 원래 아무 문제 없던 5분이, ERP를 들인 뒤로 매일의 분쟁거리가 됩니다. 반대로 정말 30분 일찍 나와 일한 시간까지 같은 방식으로 뭉개 버리면, 이번에는 직원이 억울해집니다.
채비온은 전산 이전의 상식을 그대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정한 분 안의 차이는 원래 근무시간대로 계산합니다 — 회사가 정한 범위 안에서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면 근무일정표의 시각으로 계산합니다. 10분이든 20분이든 범위는 회사가 정합니다.
- 실제로 찍은 시각은 지우지 않습니다 — 계산은 일정 시각으로 하되, 실제로 찍은 출퇴근 시각은 따로 남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범위를 넘긴 시간은 결재로 올라옵니다 — 정한 범위보다 늦게 퇴근하면 연장 퇴근 결재가 올라오고, 승인되면 그 시간이 급여에 들어갑니다. 회사가 이른 출근 결재도 켜 두었다면, 일찍 나온 시간도 퇴근할 때 같은 결재 한 건에 담깁니다. 직원은 사유를 한 번만 적고, 결재자는 한 근무를 한 번에 판단합니다.
사소한 몇 분은 사람의 상식대로, 정말로 더 일한 시간은 결재를 거쳐 정당하게. 자동화는 기존의 상식을 지키는 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고기능 ERP가 큰 회사만의 것이 아니도록
이런 예외 처리는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기 시스템 안에 쌓아 온 종류의 규칙입니다. 매일 같은 문제가 생기니, 하나씩 규칙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은 회사에도 똑같은 예외는 생깁니다. 직원은 퇴근을 깜빡하고, 결재는 엉키고, 관리자는 승인을 미룹니다. 다른 점은 그 예외를 대신 맞춰 줄 사람과 시스템이 없다는 것뿐입니다.
채비온의 목표는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자가 고품질, 고기능의 ERP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능을 몇 개 넣었는지가 아니라, 그 기능이 예외를 만났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기준으로 만듭니다. 예외를 시스템이 처리하면, 대표님은 그 예외를 다시 묻고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쓰시던 ERP에서 막혔던 장면이 있다면 도입 문의로 들려주세요. 제가 직접 답변드리겠습니다.